
김환, 남종현
마주하는, 마주하지 않는
Facing, Without Facing
전시에서는 연을 바라보는 두 작가는 같은 대상에서 출발해, 대상과 마주하기 위해 필요한 거리와 시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탐색한다. 눈과 얼음 속에 남은 겨울연, 흐릿한 빛과 여백 속에서 떠오르는 연꽃은 보는 이에게 시선을 잠시 늦추고 앞에 천천히 머물기를 청한다.
남종현 작가에게 있어 연꽃은 눈이 내리고 강이 어는 짧은 계절을 기다려야지만 비로소 만나게 된 대상으로, 보다 시린 겨울연이 작품 속 담겨있다. 가까이 다가가고 더 많이 담으려는 마음을 거두는 태도를 통해, 오로지 자연이 허락한 만큼을 사진에 담는다. 눈이 만든 여백은 한지와 마주하고, 꽃이 진 자리에 남은 줄기와 연밥은 지나간 계절과 다가올 시간을 먹먹히 품는다.
김환 작가의 사진 속 여백은 대상이 주변으로 자신을 흘려보내며 비로소 만들어진 자리다. 평소 많은 꽃들 속에서도 이번 전시를 통해 연꽃을 마주한 그는, 오로지 흐릿하고 어슴푸레한 것들 사이에서 하나의 상이 맺힐 순간을 기다린다. 미리 정해둔 해석에서 벗어날 때, 꽃은 뜻밖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비어 보이던 화면은 생동하는 기운으로 채워진다.
두 작가의 작업은 기다림이 곧 대상을 만나는 구체적인 방법이 된다는 점에서 맞닿는다. 사진을 하던 작가에게 있어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자연을 대하던 사람에게 있어 사진을 대하는 태도는 잠시금 중첩된다.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물러설 줄 알고, 대상에 앞서 있던 자신의 해석을 잠시 내려놓는 것. 전시 속에서 관람자는 이러한 태도가 만들어내는 만남을 따라가며, 마주하는 사람에게 눈앞의 것을 서둘러 규정하지 않을 느린 순간을 건넨다. 전시장은 그 고요한 거리 안에서 다가오는 계절의 흔적과 은연히 드러나는 기운이 나란히 머물고 있다.
2026.11.06 — 2026.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