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아카이브 《흔들리는 작은 풍경》 전시장 전경

무수민, 슈퍼포지션

아직 그 자리를 비워야 한다

A Place Must Still Be Left (   )

《아직 그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회화와 가구라는 서로 다른 범주의 사물이 공간 안에서 어떤 위치를 점유하는지와 관람자의 신체와 시선을 어떻게 조직하는지에서 출발한다. 이 전시에서 가구와 회화는 각자의 속성을 유지한 채 통상적으로 부여받아온 역할을 조금씩 벗어난다. 가구는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지니지만 전시장 안에서는 그 사용이 유예되고, 회화는 바라보는 이미지로 남으면서도 공간을 나누고 차폐하며 관람자의 이동과 거리를 조정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하나는 기능을 가진 채 관조의 대상이 되고, 다른 하나는 관조의 대상인 채 공간적 효력을 갖는다.

이때 비어 있는 의자와 선반, 작품 뒤편의 공간과 사물 사이의 간격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다. 그곳에는 아직 행위와 신체가 잠재되어 있다. 누군가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지만, 동시에 그 사람이 머물 위치와 자세, 시선의 방향을 미리 규정한다. 관람자는 작품을 바라보는 주체이면서 작품의 배치에 따라 움직임과 위치를 조정받는 대상이 되고, 주인과 손님, 보는 자와 보이는 자의 위치 사이를 오간다.

전시는 이러한 모순사이를 산책하듯 거닐게 한다. 사용과 관조, 환대와 권위, 주체와 사물 사이의 경계가 일시 중단된 상태를 유지한 채로 사물들은 몸을 위해 존재하면서도 몸을 통제하고, 공간들은 비어 있으면서도 특정한 관계를 요구하는 순간을 드러낸다. <A Place Must Still Be Left (   )>라는 제목의 빈 괄호처럼, 이 전시의 자리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 아니라 아직이란 가능성과 보이지 않는 규칙을 선보인다.

2026.10.14 — 2026.11.01

Seoul, Republic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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